연세사랑병원/닥터 고 상담실

스키족은 하체, 스노보드족은 상체?

연세사랑병원 2009. 5. 25. 11:30

스키족은 하체, 스노보드족은 상체?

 

스키 시즌이 한창이다. 스키장마다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하지만 스키장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도 사람들이 몰린다. 스키활동으로 인한 각종 부상 때문. 작년 한해 우리나라에서 스키 부상을 입은 사람들은 약 1만2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주말마다 수십 수백 명의 부상자가 생겨난다. 하지만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조그만 관절 부상이 평생 써야 할 관절 수명을 앞당기게 할 수 있고 부상을 잘못 입으면 전신 마비가 되기도 한다.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한승범 교수는 “관절은 일단 한번 손상될 때마다 손상을 입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평균 5년 정도 사용기간이 줄어드는 셈”이라며 될 수 있는 대로 부상을 입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오후 12~2시, 상급자 코스, 초보자는 고위험군

스키장에서의 부상은 언제, 어디서 가장 많이 일어날까? 연세대 원주의대 응급의학과 조준휘 교수팀이 최근 서울 근교의 한 스키장에서 겨울 시즌 동안 스키와 스노 보드를 탄 29만 명을 조사한 결과 사고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12~2시 사이였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슬로프 폭이 훨씬 좁은데다 이 시간대에 이용객이 가장 많아 부딪힐 위험이 그만큼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부상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장소로는 스키와 스노 보드 부상자 모두 각각 37,5%, 47.2%로 경사가 가장 가파르고 활주 길이가 긴 상급자 코스에서 가장 많은 부상을 당했다. 부상의 정도도 상급자 코스에서 가장 심한 부상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초급자 코스에서는 부상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조 교수는 “초보자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코스를 택해 실력 부족으로 부상을 입고, 상급자는 초보자에게 가로막혀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초급•중급•상급 실력자 중에서는 누가 가장 많은 부상을 당할까? 스키의 경우 부상자의 절반 이상(54.2%)이 중급 실력자였다. 반면 스노보드는 대부분의 부상자가 초급 실력자(76.7%)였다. 용평스키장 김충근 관리팀장은 “스키는 강습을 받은 뒤 타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스노 보드는 별도의 안전 교육이나 강습 없이 타는 경우가 많아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스노 보드 부상자의 평균 연령이 스키 부상자보다 평균 9년 정도 어린 것도 특징이다.

◆ 스키 족은 하체, 스노 보드 족은 상체 조심

스키를 탈 때는 무릎과 엉덩이 보호대, 스노 보드를 탈 때는 손목과 팔꿈치 보호대는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노 보드의 경우 부상의 94%가 손목 부상이었고 약 1%가 어깨 탈골과 쇄골 골절 등이었고 나머지 약 5%만이 하체 부상이었다. 상체 부상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한승범 교수는 “스키와는 달리 스노 보드는 폴(양 손에 잡는 긴 막대기류의 장비)이 없기 때문에 넘어질 때 양 두 손으로 바닥을 짚는 경우가 많아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스키는 하체 부상이 57%로, 상체부상(29.2%)과 기타 부위 부상(13.8%)보다 훨씬 더 많았다. 가장 많은 부상의 유형은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었다. 발은 스키에 고정돼 있는데 뒤나 앞으로 심한 충격으로 넘어지면서 연결 부위인 무릎 인대가 늘어나거나 파열된 것.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예전에는 스키 장비들이 좋지 않아 발목 부상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발목을 조이는 바인드 등의 스키화 장비는 좋아져 발목 부상은 거의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발목이 잘 고정돼 넘어졌을 때 무릎에 더 심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고 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인대파열은 하루 이틀쯤 고통스럽다가 일주일쯤 지나면 오히려 고통이 사라져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다. 실제로 연세사랑병원에서 스키 부상으로 인해 무릎 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은 사람을 조사해 보니 약 47%가 부상을 당한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수술을 받았다. 고 원장은 “무릎 인대 파열 후 늦게 병원에서 수술 받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을 비교 해 보면 늦게 수술 받을 사람일수록 예후가 훨씬 나쁘다”고 말했다. 또한 연골 부분이 고정되지 않고 흔들리게 되면서 주변부위까지 손상을 줘 절개 부위가 더 커지게 된다는 것.

인대 파열은 반드시 빠른 시간 내에 수술이나 치료를 받아 관절 부분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고정시켜 줘야 한다. 인대 파열의 경우 수술 후 약 6개월 뒤부터 스키 등 운동이 가능하며 수술이 늦거나 부상 정도가 심해 연골판까지 손상된 경우 수술 뒤 약 8~10개월 뒤부터 운동을 할 수 있다.

◆ 부상 부위는 눈으로 차갑게 마사지 하라

스키와 스노 보드 부상은 주로 넘어질 때나 충돌할 때 생긴다. 따라서 잘 넘어지는 법을 꼭 배워두어야 한다. 스키와 스노 보드는 옆으로 몸을 기울이면서 손을 짚고 넘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키를 타다 넘어질 때는 폴을 과감히 버리고 손을 스키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다리를 모으도록 한다. 넘어질 때는 확실하게 넘어지는 것이 좋으며 무리하게 몸을 일으키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 스포츠를 하다 머리나 척추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될 때는 절대 안정이 필수다. 전문 구급요원이 응급처치를 할 때까지 환자를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특히 목뼈를 다쳐 전신 또는 하반신 마비가 온 경우에는 함부로 목이나 등을 움직이면 안 된다.

스노 보드에서 잘 생기는 손목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목보호대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손목보호대나 헬멧을 착용하는 사람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손목이나 발목을 삐끗하는 등 비교적 가벼운 부상일 때는 스키장의 눈을 뭉쳐 부상 부위를 차갑게 식힌 뒤(냉찜질) 스카프, 머플러 등을 이용해 부상 부위를 감아 고정시켜준다. 삔 부위가 붓는 것을 막으려면 발목의 경우 다리를 들어 올리고, 손목은 가슴 높이까지 올린다. 삔 부위는 처음에는 냉 찜질이 좋고, 2~3일 뒤에는 온 찜질을 해주어야 부종이나 염증을 줄일 수 있다.


/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
  • 2009.01.30 10:43 입력 / 2009.01.30 10:45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