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사랑병원/닥터 고 상담실

엄지·둘째 손가락이 저리고 잡는 힘이 약해지는데… 혹시 손목터널증후군

연세사랑병원 2009. 5. 27. 12:06

"집사람이 새벽 4시쯤이면 예외없이 양손 열손가락이 몹시 저려서 잠을 못자겠다고 한 지가 거의 반년 가까이 됩니다. 의사는 혈액 순환이 원인일 테니 자꾸 주물러 주라지만 마사지를 해 줘도 별 효과가 없어요."

손저림증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둔 40대 가장이 인터넷포털 지식인 검색 코너에 올린 하소연이다. 살림하는 주부나 컴퓨터를 자주 쓰는 직종의 사람들이 비슷한 증상을 많이 겪는다. 이땐 먼저 의심해 봐야 할 질환이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처음엔 증상이 심하지 않아 참아 넘기는 경우도 흔하지만, 갈수록 심해져 간단한 젓가락질이나 설거지 하기도 어렵게 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문제는 최근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손목터널증후군 외에도 손저림을 유발하는 원인이 여러가지 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점이다. 원인 질환에 따라 저린 부위나 증상도 약간씩 다르다.

가장 흔한 손저림증 원인인 손목터널증후군은 주로 엄지와 둘째, 셋째 손가락이 저리고 엄지와 다른 손가락들을 맞닿게 할 수 없으면 의심해 볼 수 있다. 엄지로 집거나 쥐는 힘이 떨어지고 엄지와 손목 사이 두툼한 근육이 위축돼 살이 빠져 보이는 것도 한 증상. 손목에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 신경 혈관 등이 지나는 터널(수근관)이 있는데, 여러 원인에 의해 이 터널 공간이 좁아지고 압박을 받으면서 신경과 힘줄이 눌려 발생하는 마비 현상이 손목터널증후군이다. 가정주부, 키보드·마우스를 많이 쓰는 사람, 악기 연주자, 이·미용사, 식당 종사자, 공장 노동자 등 손목을 자주 쓰는 이들에게 많다. 예손병원 수부센터 김진호 원장은 "특히 여성의 경우 자다가 손이 저리고 아파서 깬 후 손을 주무르거나 털어주면 통증이 가라앉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팔꿈치를 지나는 척골신경 압박이 원인인 '주관증후군'도 손저림을 부르는 요인. 이땐 주로 넷째, 다섯째 손가락이 저리고 옷 단추를 끼거나 물건을 집는 힘이 떨어진다. 심한 경우 이 두 손가락이 구부러져 갈퀴 모양처럼 변형되기도 한다. 척골신경은 넷째, 다섯째 손가락의 감각과 '내재근'이라 불리는 손의 작은 근육들 운동을 관장한다. 의자 모서리에 팔꿈치 안쪽을 부딪히면 손 안쪽으로 전기가 오듯 통증을 느끼는 것은, 이때 부딪힌 신경이 바로 척골신경이기 때문이다. 팔꿈치를 반복적으로 구부리는 작업을 할 때 저림증이 나타나거나 팔꿈치를 1분 가량 구부리고 있을 때 증상이 악화된다면 주관증후군일 수 있다. 특히 골퍼, 테니스 선수, 요리사 등 팔꿈치를 많이 쓰는 직업군은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팔꿈치를 구부리고 턱을 괴거나 팔베개를 하고 자는 습관 등도 발생 위험을 높이므로 삼가는 게 좋다.

손저림을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은 목 디스크다. 주로 목에서 어깨 손끝으로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며, 목을 숙이거나 젖힐 때 신경 압박이 심해 저림 증상도 심해진다. 신경을 누르는 목 뼈 사이 디스크 위치에 따라 손 통증 부위가 달라지는데, 가령 5·6번 목뼈 사이 디스크에 문제가 있을 땐 엄지와 둘째 손가락이 저리다. 연세사랑병원 어깨·상지관절센터 성창훈 진료부장은 "목 디스크가 원인일 땐 손 전체에 저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며, 목 디스크를 치료하면 손저림증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한편, 뇌졸중이나 당뇨병, 류머티즘성관절염, 갑상선질환, 감염 및 대사성 질환 등의 2차 증상으로 손저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같은 손저림이라도 가볍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부터 큰 수술이 필요거나 방치하면 위험한 질환까지 다양하므로 하루빨리 병원에서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