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사랑병원/닥터 고 상담실

계속 붙여라, 얻으리라… '파스의 저주'를

연세사랑병원 2009. 5. 26. 11:51

계속 붙여라, 얻으리라… '파스의 저주'를

무턱대고 쓰다 치료 늦어 증상 오히려 악화돼 가려움·색소침착 등도 많이 생겨 지하철서 산 중국産 썼다 화상 입기도

 

식당 주방 일을 하는 김모(65)씨는 허리가 쑤시고 아플 때마다 파스를 붙였다. 한 번에 파스를 8장까지 붙이는 날도 있었다. 주변에서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정밀검사를 받는데 돈이 많이 들어 미루고 미루다, 최근 파스를 붙여도 통증이 가시지 않고 움직이기도 어려워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디스크 질환이 오래돼 신경까지 손상을 입어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안 가고 파스만 붙인다

경제 위기 등의 영향으로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파스를 붙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박영식 원장은 "통증이 있어도 돈 많이 드는 검사나 수술을 하지 않고 파스만 처방해 달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파스는 남용이 심각해 작년 2월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강화됐다. 현재 파스는 위장관 등으로 진통소염제를 복용하기 어려운 사람에 한해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 통증 해소를 위해 많이 사용하는 파스는 사용 권장 시간을 지키고, 상처 부위에는 사용 하지 말아야 한다. / 세브란스병원 제공
부천 큰마을약국 이진희 약사는 "파스가 급여 제한이 되면서 처방은 줄었지만 실제로 약국판매량은 거의 변동이 없고 오히려 조금 늘었다"고 말했다. 2008년 3분기 기준 IMS데이터에 따르면 병원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파스인 '파프'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는 "환자들이 복용하는 알약보다 파스를 더 선호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파스를 붙인 후 가려움증을 호소하거나, 긁어서 2차 감염이 생겨 오는 환자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파스는 질병을 치료해준다기 보다는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치료 보조제로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파스를 붙이면 특별한 도움이 되지 않는 질환인데도 파스에만 의존하다가 치료가 늦어져 증상이 악화되는 등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이광훈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 디스크 질환,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건염, 타박상이 아주 심해 열이 나고 염증이 생겨 고통이 심한 경우 등에는 파스를 붙여도 특별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 파스는 국소적으로 진통효과를 얻고 싶을 때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병통치약'중국산 파스, 부작용 심해

심모(57·자영업)씨는 얼마 전 지하철에서 '키토산'이 들어 있다는 파스 25장을 단돈 3000원에 샀다. 외판원은 목, 어깨, 허리 등의 통증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발바닥에 붙이면 피로까지 풀리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잔 다음날, 찐득찐득한 접착 성분이 남은 파스를 떼어냈더니 그 자리에 빨갛게 수포가 생겨 있었다. 아프기까지 해서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는 파스 때문에 생긴 '화상'이라고 했다.

최근 약국이 아닌 지하철 등에서도 파스를 파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한방파스' '동전파스' '게르마늄 파스' '인삼파스'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것들은 대부분 의약외품이 아니라 중국 등에서 들여온 공산품인 경우가 많아 부작용 사례가 늘고 있다.

김동환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파스에 따라 성분과 효능이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아프면 무턱대고 파스부터 찾는다"며 "똑같이 생긴 파스지만 진통소염 효과만 있는 게 아니라, 의약품이 아닌 건강패드도 있고 대상포진 신경통약도 있고 마약성 진통제도 있고 피임약도 있다"고 말했다.

■파스 장시간 사용 피해야

파스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발진, 가려움, 색소침착 등 이다. 김동환 교수는 "개인에 따라 캄파(Camphor) 성분과 같은 발적제가 들어간 제품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습진, 옻 등에 의한 피부염, 상처부위에는 파스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소부위 아닌 넓은 부위에 파스를 여러 장 덕지덕지 붙이거나, 파스를 붙인 뒤 찜질기, 전기장판 등을 이용하면 수포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파스는 30개월 이하의 유아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일부 천식 환자들은 파스를 붙이면 병이 악화되거나 급성 아나필락시스 쇼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파스는 종류에 따라 6시간, 12시간 등 효과를 보이는 시간이 다르므로 사용 권장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박영식 원장은 "파스를 장시간 사용할 땐 파스를 떼 낸 자리에 곧바로 새 것을 붙이지 말고 최소 2시간 정도 여유를 두었다 붙이는 것이 좋다"며 "피부 부작용이 전혀 없는 제품이라도 오랫동안 붙여두면 발진이나 가려움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 2009.02.17 16:27 입력 / 2009.02.17 16:28 수정